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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제자리로

2025-01-30

제자리로.

오늘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내가 사랑한 대상과 단절될 때에 그리고 그것을 회복할 때에 그 대상이 내 내면으로 되었다는 것.

사랑은 정서적 합일의 과정. 즉 ‘나’ 라는 범위를 대상들에게 넓히는 과정이다. 대상과 나를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고 그 사이에 유사성을 통해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나에게 이별이란 단순히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일부가 죽어 나가는 것이었다. 내 일부가 죽는것. 그 고통을 맛볼때마다 함부로 자아를 확장하고 순간에 파멸되는 형상을 두려워 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발견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이별후에 죽음만 있는줄 알았다. 영원히 소멸되어 있는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결합하기 이전으로 온전히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에 확장되었던 일부를 내면에 회복시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 메커니즘은 자기파괴에 대한 방어기작이자 사랑의 본질적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대상과의 유사성에 안도하고 대비성에 설렌다. 이미 사랑에 빠진 이상, 그 대비되는 성질은 동경하고 소유하고자 한다.

그것을 대상과의 결합으로 가지려 하지만 그것이 상실 되었을 때 비로소 온전히 내것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영원한 사랑. 그것은 이별 후에도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미 나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로 정의되고 있다.

더욱이 기쁜것은 가장 최근의 이별이 만들어낸 내 모습이 원래 내 모습이라는 것이다. 원래의 ‘나’ 라고 할만한 것은(지극히 어려 사회의 요구를 받지 않은)탐욕하지 않고 본능에 충실하기 보다 이성에 충만할 것을 바라고 있었다. 어쩌면 오랜시간 얼룩진 내 내면에 남아있던 미약한 의식이 그녀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인간성에 대한 희망이자 실존주의에 대한 대답이다. 본능과 학습의 조합으로 나타나지 않는 무언가. 내 깊은곳에 있는 지적초월에 대한 욕망과 끓음이 나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그 욕망이 곧 나이며 그 끓음이 곧 인간이다. 중용이 아닌 초월적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