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염세주의
2024-08-29
염세주의
사람이 한 곳에 오래 멈춰있기 시작하면 어떤 형태로든 염세가 그 속으로 스며들기 마련이다.
일종의 허무함. 무력함은 심연이 되어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심연이 되도록.
무한한 굴레속에 끔찍한 증명이 되도록 한다.
지독한 증명이 되어버린 그들은 속으로 곪는 것 뿐 아니라 맞닿는 그 세상의 비약들을 시들게한다.
한 편의 소망. 기도와 염원의 색채는 종말의 신탁 앞에 있다.
결국에 이것은 페스트처럼 인류 전반에 전염이다.
그러나 난 그들에게 무의미를 쫒아가는 부조리를 찾은 것이 아니다.
거기엔 죽어버린 꿈. 한 시절의 열광과 빛나는 축복.
그리고 그 예견된 운명들의 결정체들을 심상으로 마주한 것이다.
그러니 염세주의는 사람에게 옮지 않는다.
그 허망함은 사람에게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본질로 존재하는 것이다.
격동기에서 벗어난 이성에게 부조리는 흡수될 뿐이다.
그들의 죽어버린 꿈에 한 번
그앞에 눈 감은 어린 양에게 한 번
추모의 기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