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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다크초콜릿

2025-02-06

다크초콜릿

사랑은 단맛이 아니다. 다크초콜릿에 가깝다. 씁쓸한 내음을 입안에 굴리다 보면 단란한 선율같은 향이 구석 구석에 퍼지는 그런 맛에 가깝다. 좋은 것만 느끼고 달달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욕망이지 사랑이 아니다.

서운한 일이 있다. 그 사람 말고 세상에 서운해야할 일이다. 신이 있다면 그 무심함에. 그마저 없다면 잔인하리만큼 칼같은 확률게임에. 누구의 책임도 아니고 실책도 아닌것을 원망할 일이다. 그저 흘러간 길이 샛길이었을 뿐이고 그 위에 친 파랑이 둑을 덮쳤을 뿐이다.

어리석은 인간은 그 부당한 운명에 책임을 물리고 싶어한다. 기어코 누군가 ‘내가 잘못했어’ 라고 고백하길 바란다. 본성의 나약함을 드러내보인다. 혼자 그것들을 감내해야 한다는 적나라한 사실에 눈감고 비명 지르려 한다.

아, 어쩌면 세상의 무심함이 아니라 눈 못뜨는 장님의 삶에 절망해야 할지도.

이제야 나는 눈을 뜨기 시작한다. 기꺼이 혀에 맴도는 쓴맛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런 일련의 시험이 날 여물게 할 것이라고. 지금이라도 날 삼킬 것처럼 내 앞에 서있는 부당함의 가면을 쓴 무심함의 괴물에게 용맹하게 들이댈 용기가 솟아나게 할 것이라고. 그 뒤에 빛날 순전한 삶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영광을 누릴 거라고.

*손바닥에 떨어진 눈송이를 본다. 눈의 결정 속엔 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누가 (눈)송이에 (꽃)송이를 숨겨둔 걸까. 가장 차가운 곳에 봄의 문양이 숨어 있다니 그건 포기를 모르는 마음 같구나. 한겨울에도 살아 있는 마음이 있다고. 그건 죽지 않는 사랑을, 연속된 계절을, 자연계에는 포기가 없음을 말하고 있다고.

-* 고명재,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