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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Anhedonia

2024-06-13

Anhedonia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소설의 한 단락이다.

프랑스의 아름답다는 말로 부족한 광경들을 직접 보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뭔가 속이 메스꺼웠다. 왠지 모르게 한국에 가고싶었고 마음이 불편했다. 왜 이런 마음이 생겼을까 곰곰이 생각하고 내린 결론은 '영어도 쓰지 않는 타지에서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 이다.

그러나 이 생각은 모순이 몇 개 있었다. 내가 영어라고 다 알아듣는것도 아니었고 프랑스에서도 사실 대부분 영어로 대화했다. 그리고 이 알수없는 마음은 대만을 갔을 때는 느끼지 못했다. 거긴 중국어 쓰는데?

보르도에서 돌아오는 날 이 책의 저 문구를 읽었다. 아. 파리의 매력이 끝나는 시점을 첫만남부터 두려워하던건 아닌가. 내 낭만을 가득 실어놓은 파리를 직접 마주하는게 환희보다 공포였던거 아닌가.

전여친 생각이 났다. 역시 내 낭만을 가득 담았던 사람이 막상 내 옆에 있으니 무서웠던거 아닌가. 되돌아보면 별거 아닌일을 핑계삼아 내 마음을 투사시키면서 마음대로 결론을 지었나 생각한다. 연락 좀 안되던거 그 전엔 이해했는데. 파리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낭만을 담았던 사람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또 오늘 인화된 필름카메라의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빈티지하고 앤틱한 장르를 좋아하는구나.' 나는 빈티지 재즈를 좋아하고 빛 바랜 80년대 감성을 좋아한다. 과거를 열망하고 있다.

반대로 30대 남성의 삶을 기대하고 여유로운 할아버지의 삶을 낭만이라 말하고 있다. 미래를 갈망하고 있다.

내 낭만은 과거와 미래에 있고 조금씩 현재로 가져오는 재미로 산다. 왜냐면 과거와 미래에는 부정적인 요소를 담지 않아도 되거든. 그냥 그대로 쭉 관망할 수 있기에 우리는 현실을 망각할 수 있다.

과거와 미래는 3차원공간에 사는 인간이기에 받은 축복이다. 모든 시간에 존재하는 4차원 존재는 가질 수 없는.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에 나오는 '우주 지능' 의 하나로 철이가 연결될 때 느끼는 불안에 안헤도니아도 있을테니까.

재밌는점은 우린 원래 직선 시간관이 아니었다. 동양은 환형 시간관으로 모든 시간이 반복된다고 생각했다. 아침 점심 저녁이, 사계절이, 인생마저도 반복된다고 여겼다.

그들은 안헤도니아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어쩌면 반복되는 오늘에 불안을 직접 마주했을지 모른다. 그만큼 자기 내면을 돌보고 달래는 방법을 터득하지 않았을까. 명상과 사색하는 문화가 그 결실처럼 보인다. 동양철학을 깊게 공부해 볼 이유가 생겼다.

생각나는대로 적다보니 글이 엉망이긴 한데 이 글은 이대로 두고싶다. 다시 읽고 고치다 보면 안헤도니아가 생길지도 모르니까.